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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꼭 내야 할까요?

2026.09.03 · 롤링다이스

출판사를 위한 전자책 안내서 ① — 전자책 기초부터 시장과 유통까지, 출판사 실무자를 위해 연재합니다.

아직 전자책을 내지 않는 출판사가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종이책 판매를 잡아먹을까 봐, 불법복제가 걱정돼서, 우리 독자는 종이로 읽으니까. 이 글은 "그래도 내세요"라고 조르는 광고가 아니라, 그 이유들을 하나씩 마주 보는 판단 재료입니다. 2013년부터 전자책을 만들고 유통해온 경험으로 답해보겠습니다.

전자책은 '재고가 없는 판'입니다

종이책은 찍는 순간부터 재고와 싸웁니다. 창고비가 나가고, 반품이 돌아오고, 판매가 줄면 절판을 고민하게 됩니다. 전자책에는 이 싸움이 없습니다. 절판이 없고, 반품이 없고, 창고가 없습니다. 한 번 만들면 서점에서 내려올 이유가 없어서, 몇 년이고 계속 팔립니다.

저희가 2013년부터 만든 책들이 지금도 매달 정산됩니다. 한 달 판매량은 적어도, 수백 종이 몇 년씩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됩니다. 종이책은 안 팔리면 사라지지만, 전자책은 안 팔려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저자가 방송에 나오면, 그 자리에 있던 책이 팔립니다.

독자가 책을 만나는 길이 달라졌습니다

서점 매대에 오르는 신간은 소수이고, 매대에 머무는 기간은 짧습니다. 지금 독자는 매대만이 아니라 검색과 구독 서비스에서 책을 발견합니다. 리디에서 키워드를 검색하고, 밀리의서재를 뒤적이다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을 읽습니다.

전자책이 없다는 건, 이 길목에 책이 아예 놓여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독자는 없는 책을 기다리지 않고 옆에 있는 다른 책을 고릅니다.

흔한 걱정 셋에 대한 대답

"종이책 판매를 잡아먹지 않나요?"

이 질문 자체가 이제 구식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종이로 사든 전자로 사든 출판사의 이익입니다. 시장이 이미 바뀌었는데 한쪽 파이프라인으로만 팔겠다는 건, 잡아먹힐 판매를 지키는 게 아니라 일어날 판매를 막는 쪽에 가깝습니다. 종이로 읽을 독자는 여전히 종이로 삽니다. 전자책은 그 독자를 뺏는 게 아니라, 종이책 매대 앞에 서지 않는 독자를 데려옵니다.

"불법복제가 걱정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불법복제는 일어납니다. 경로를 다 추적할 수도 없습니다. 디지털 사업은 그런 면에서 양날의 검입니다. 다만 영상이나 음악 시장이 겪어온 일에 비하면, 웃프게도 전자책은 훨씬 적은 편입니다. 그리고 구독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흐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월정액으로 수만 권을 합법으로 읽을 수 있게 되자, 불법 파일을 애써 구할 이유 자체가 줄고 있습니다. 영상 시장이 스트리밍 이후 지나온 길과 같은 방향입니다.

"우리 독자는 종이로 읽어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걱정은 신간 이야기이고, 전자책의 진짜 힘은 구간에서 나옵니다. 나온 지 몇 년 된 종이책을 다시 매대에 올리기는 어렵지만, 전자책은 검색,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 할인 프로모션으로 노출될 기회가 계속 생깁니다. 그리고 종이책과 전자책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어느 한쪽이 이슈가 되면 다른 쪽 판매가 따라 움직입니다. 두 판형은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의 광고판입니다.

전자책이 급하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균형을 위해 보태면, 모든 책이 전자화로 같은 이득을 보는 건 아닙니다. 큰 판형의 사진집이나 화보집처럼 물성 자체가 내용인 책은 전자책의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런 책까지 서둘러 전자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록을 보고 전자책과 잘 맞는 책부터 고르면 됩니다.

비용은 한 번, 판매는 계속

전자책 제작비는 책마다 한 번 듭니다. 이후에는 창고비도 재쇄비도 없이 판매가 이어집니다. 재고 부담이 없으니 "몇 부를 찍을까"라는 도박도 없습니다. 회수가 빠른 책도 있고 느린 책도 있지만, 내려올 이유가 없는 판이라 시간이 출판사 편입니다.


전 목록을 한 번에 전자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출판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구간 한두 종으로 시험해보고, 가능한 신간은 무조건 전자책 출간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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